메*커피 알바하면서 느낀 고령화 시대의 UIUX
메*오더 쓰는 젊은 층, 로그인조차 어려운 노인 층.
이런저런 이유로 주말에 메*커피에서 일을 하고 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서 뭔가 인사이트를 얻을 줄은 알았지만 이런 식일 줄은 몰랐다.
거의 모든게 디지털로 전환된 현재, 평균 이용 연령을 몇 세로 잡는 것이 좋을까?
멤버십의 디지털화
아직 많은 개인 카페들에선 종이 쿠폰을 사용하겠지만, 브랜드 커피숍들은 종이 대신 디지털화된 어플리케이션에 도장을 찍어준다.
내가 대학생일 때 일했던 할*스에서도 멤버십 적립과 사용이 가능했는데, 그땐 최소한 핸드폰번호만 직원에게 알려주면 알아서(?) 뚝딱 되었다.
지금, 특히 노인층 방문이 잦은 메*커피 @#점에서 그들이 쿠폰을 소비하기란 다양한 장벽이 존재한다. 로그인부터 본인 인증, 쿠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
단 1달여만에 굉장히 많은 분들의 스마트폰이 내 손을 거쳐갔는데, 그 과정에서 느낀 디지털화의 장벽을 몇가지 써보았다.
장벽 1: 진입
어떻게 쓰게 되었는진 모르겠지만 어떤 분들은 다짜고짜 스마트폰을 주시면서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으니 해달라고 요구한다.
앱에 들어가보면 로그인이 풀려있거나, 본인 인증이 필요한 경우들이 있다. 요즘은 그래도 마지막 로그인이 무슨 수단이었는지 알려주는 라벨을 많이들 도입하고 있어서 낫다 치더라도 그 글씨가 너무 작아서 노인은 차치하고 나부터도 뭐라는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른다. (물론 나는 개발자였으니까 알지만)
로그인이라는 개념도 어렵고, 어떤 거로 로그인했는지도 기억하기가 어렵다. 로그인이 풀려있는데다가 본인 인증까지 해야 하면 진짜 심란하다. 그나마 적극적인 분들은 직원한테 도움을 요청하지만 아니라면?
어제는 어떤 아주머니의 본인 인증 개인정보를 다 알아버렸다. 덕분에 아주머니는 도장 5개 (+1개: 방금 결제한 것)를 보고 안도(?)하셨다.
장벽 2: 업데이트
여차저차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잘 쓰고 있었다 치자. 그런데 갑자기 어느날 앱이 먹통이 됐다. 뭐가 업데이트를 하라는데?
나는 또 누군가의 스마트폰을 보게 되었다. ‘아 이거 업데이트 하면 돼요~’ ‘그게 뭔데? 해줘봐요.’
친히 플레이스토어에 들어가 업데이트를 해드렸고, 강제 업데이트로 인한 로그인은 다시 나의 몫이었다.
앱 개발자 입장에서 실수든, 중요 변경사항이든 강제 업데이트를 시켜야 하는 상황을 백번 이해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잦은 강제 업데이트는 불안하다.
내가 아는 가까운 어른은 은행 어플 업데이트 했다가 처음부터 다시 싹 다 해야했고, 그것이 무서워서 또 업데이트 하라는데 안 하고 있다고 한다.
장벽 3: 폰트 크기
어르신들이 ‘안 된다’고 하는게 보통의 환경에서는 ‘이게 왜 안돼?’인 경우가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폰트 크기에 따라 화면 UI, 그리고 그에 따른 UX가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앞서 본인 인증을 해드렸던 경우, 폰트 크기가 커서 키보드가 활성화될 시 다른 요소들이 완전히 가려졌다. 이름은 작성을 했는데 생년월일을 작성하는데 안 된다고 다시 가져오신다. 스크롤을 조금 하니 보인다.
엥 뭐야 스크롤하면 되잖앜 ㅋㅋ;;;
는 님 생각이구용,, 내용을 보기 위해 폰트를 키웠지만 정작 보여야 하는 요소가 보이지 않는 허탈한 상황이 발생한다.
장벽 4: 불친절함
이건 나의 초 관심사다. 친절함에 초점을 맞추면 디자인이나 사용성을 해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간결하게 가면 사용자가 앱을 사용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시니어 전용 버튼을 만들어야 하나? 갑자기 든 생각이었는데 이거 꽤 괜찮다. 시니어 전용은 가이드를 주던가, 매장에 방문해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하는 등의… 물론 AI가 문지기처럼 서서 커피를 파는 미래에는 이마저도 소용 없겠지만
따지고보니 시니어 전용 버튼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모두 선택할 수 있게 해야겠다. IT와 전혀 관련 없는 내 친구들은 챗 지피티 무료버전도 잘 쓸 줄 모르는 걸 생각해보면?
정보 격차는 남일이 아님
오늘 자유자재로 디지털 기기를 쓰는 내가 내일 어떻게 될 지 모를 세상이다. 오늘의 기술과 내일의 기술이 그만큼 큰 격차가 생기니 말이다.
누군가는 AI에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지만, 난 그 전에 큰 범위에서 디지털화를 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거기엔 많은 고민과 리소스가 들겠지만.
당장 사람 안락사도 안되는 마당에, 부양인구는 줄고, 노화는 막을 수 없다. 기술은 쓸 수 있는 최첨단의 사람들을 위할 것인가? 필요한 다수를 위해 활용되어야 할 것인가?
기술이 도약할수록 피라미드의 사다리꼴을 더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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